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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게임

파이널 판타지 7 - 크라이시스 코어 스토리

by 백룡화검 2008. 7. 3.

※주의 : 이 글은 크라이시스 코어의 모든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기 때문에 클리어하지 않으신 분은 나중에 봐주세요 !!

[출처] 파이널 판타지 7, 크라이시스 코어 스토리 리뷰|작성자 결점

 

"파이널 판타지 7 - 크라이시스 코어"

Final Fantasy ⅶ , Crisis 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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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게임을 별로 즐겨보지 않은 사람들도 웬만하면 스퀘어 에닉스에서 만든 '파이널 판타지' 라는 게임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사람 중의 일부였다. 비디오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단 한 번도 플레이 해보진 못 했지만, 그 이름과 명성만큼은 소문으로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동안 언어(일본어)의 압박으로 못 하고 있던 '파이널 판타지'의 PSP 버젼, 크라이시스 코어 (일명 CC)가 영문판으로 출시 된다는 소문을 들었다. 필자는 영문판이 시장에 풀리자 마자 CC를 구하여 난생 처음으로 이름으로만 들어왔던 파이널 판타지라는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엔딩을 보게 되었다.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컸던 재미가 나를 엔딩을 향해 거세게 몰아붙였던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벌써 12편이 넘게 나왔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지만 가장 대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역시 파판7이다. CC는 그 파판7의 5년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굳이 파판7을 거론하지 않아도, CC 그 자체로 엄청난 명작이었다.

우선 파이널판타지7의 세계관을 개괄적으로 보면, 그 축에 신라 컴퍼니가 있다. 신라 컴퍼니는 Life Stream( ; 생명이 죽으면 돌아가는 곳. 별의 유지 근원)을 에너지로 이용하는 법을 개발하여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된, 일종의 정부 정도 되는 기관이다. 신라 컴퍼니는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력 집단으로, soldier 들을 고용했는데,  CC의 주인공이 바로 이 soldier First Class, Jack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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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r First Class, Jack>

Jack의 꿈은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 솔져 중의 솔져, 말 그대로 영웅으로 알려진 Sephiroth 처럼. 그런 그에게 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Angeal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If you want to be a hero, you have to have a dream.'

영웅이 되고 싶다면 꿈을 가져라. 백전노장 Angeal이 아직은 어리고 호기에만 가득찬 Jack에게 누누이 해주었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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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r First Class, Angeal>

크라이시스 코어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Jack이 Angeal, Genesis, Sephiroth 이 세 친구들 사이 얽힌 갈등의 사이에서 고뇌하고, 그리고 결국은 그 자신은 제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갈등의 끝을 맺어주도록 강요 받아야만 했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Genesis의 치명적인 부상으로부터 시작한다. Genesis는 전투 훈련 도중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살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몬스터의 세포를 이식받는 것. Hollander 박사는 Genesis에게 몬스터의 세포를 이식했고, 그 결과는 육체의 Degrading이었다. Genesis는 점점 몬스터로 전락해 간다. Genesis는 자신이 점점 Degrading 해간다는 것을 느끼고 군을 떠난다. 그리고 신라 컴퍼니와의 전쟁을 시작한다. 그의 전쟁은 그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신라 컴퍼니에 대한 분노의 발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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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ier First Class, Genesis>

Jack 의 스승이자 아버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Angeal 역시 같은 처지에 처한다. Genesis가 부상에 처했을 때 Genesis 에게 혈액을 제공하기 위하여 같은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같은 운명을 맞게된 것이다.  결국, Angeal도 Genesis와 마찬가지로 군을 떠나 Genesis에게 합세한다.  결국 세 친구 중 군에 홀로 남게 된 것은 Sephiroth뿐이었다. 그는 절친했던 두 동료의 배반을 꽤나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Jack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Angeal이 신라 컴퍼니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그래서 Angeal을 향해 외친다.

'You are not a monster !! You are... a... angel !!'

하지만 그 말을 들은 Angeal은 그저 피식 웃을 뿐.

외려 그는 Jack을 향해 되물었다. 천사의 꿈이 무엇인 줄 아느냐고...

그리고 그 대답으로 돌아오는 Angeal의 말.

'To become a human.'

결국 Angeal은 완전한 몬스터가 되고 만다. Angeal은 자신이 완전한 몬스터로 변하기 전, Jack에게 부탁한다. 나를 끝내 달라고...

Jack은 그래서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Angeal을 자신의 손으로 저 세상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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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dier First Class, Sephiroth>

  Jack 은 또 자신이 동경하던 영웅이었던 Sephiroth도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Jack과 함께 Genesis를 쫓던 Sephiroth는 모종의 계기를 통해 자신이 고대종인 Jenova의 세포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그의 다른 두 친구와 마찬가지로 Sephiroth 역시 '몬스터' 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되자 그는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된다. 그리고 그 걷잡을 수 없는 증오는 신라 컴퍼니와, 더 나아가 행성 전체로까지 뻗어나가게 된다. 그는 증오로 이성을 잃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 결국 Jack은 그런  Sephiroth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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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절친했던 친구는 어째서 싸워야만 했던 걸까...>

Genesis. 어쩌면 이 모든 일의 발단이었던 그 역시 Jack의 손에 죽기를 자청한다. Genesis는 그의 앞에 나타난 Jack을 보며 결국 세 친구가 다시 모였다고 말한다. Jack은 결국 Angeal의 유지를 계승했고, Sephiroth의 일부분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When the war of the beast brings about the world's ends, the goddess decends from the sky......'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Loveless의 한 구절을 읽으며 그는 Jack에게 자신이 'The gift of the goddess' 를 찾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역시 그 자신이 완전한 몬스터로 변하는 것. Jack은 그런 그를 향해 외친다.

'I'm here... to help you !!'

하지만 그것은 결국 공허한 외침이었을 뿐. Jack은 결국 누구나 자신에게 이런 일을 떠넘겨버린다고 외치며 Genesis를 쓰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란 바로 슬픈 일. 너무나 슬퍼서 견딜 수 없는 일. 그는 결국 Genesis를 저지함으로써 세계를 구한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그것은 결코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Jack은 결국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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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없이 많은 총구가 Jack 향해 겨눠져 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끝도 없이 밀려오는 신라 컴퍼니의 병사들.

Jack이란 존재는 배반자였던 세 친구와 너무나도 싶게 엮여 있었기에 살려둘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그 자체로 이미 신라 컴퍼니라는 체제에 너무 위험한 존재가 되어 버렸던 걸까.

Jack 은 친구인 Cloud를 데리고 신라 컴퍼니의 병사들을 피해 도망치고 도망친다. 하지만 크나큰 권력 집단인 신라 컴퍼니에 비해 Jack이라는 한 개인은 너무나도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Cloud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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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연인 Aerith 울릴 수밖에 없었던 Jack... 그의 심정을 감히 상상할 없다.>

끝도 없이 몰려오는 병사들. 그 병사들을 베고 베고 베고 또 베어내 보지만 결국 당해낼 수 없다.

하나 둘 늘어가는 몸의 상처, 점점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그는 하나 둘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간다.

스승과 같았던 Angeal도, 적이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었던  Genesis도, 동경하던 영웅이었던 Sephiroth도, 거의 유일하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던 Cloud도, 그리고 그가 사랑하던 연인이었던 Aerith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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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al에게서 이어받은 유지. 이젠 Cloud에게로 이어진다.>

결국 Jack은 쓰러진다. 그의 목숨을 바쳐 Cloud를 살려내며.

아마 혼자서 도망쳤다면 그 정도의 강자라면 충분히 군의 추격쯤은 따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Mako Addiction 으로 의식을 잃고 있던 Cloud를 데리고 도망 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Cloud에게 절대로 그를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자신을 내던졌다.

Jack 의 의식이 흐릿해져 갈 때 쯤, 그동안 쭉 의식을 잃고 있었던 Cloud가 깨어난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기고 기어 Jack에게 다가간다. Jack은 육신을 앗아가는 고통 속에서도 Cloud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Angeal에게 받았던 그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Cloud에게 넘겨주었다.

'You're.... my living legacy.'

Jack이 Cloud에게 남긴 유언과도 같은 말.

그리고, 사라져 가는 의식 속에서 Jack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되물었다.

'나... 정말 영웅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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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Jack 죽음을 앞두고 절규한다.>

CC 의 주인공 Jack의 삶은 어찌보면 참 멋진 삶이면서도 어찌보면 참 슬픈 삶이다. 그가 일생에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었던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일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Angeal을 끝냈고, Sephiroth를 끝냈고, Genesis를 끝냈다. 이는 그가 말했듯 그의 의지라기 보다는 그들의 의지였다. Jack은 다른 그 누구보다 더 강해졌고, 그가 원하던 영웅이 되었지만 그것은 결코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하지 않던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었던 결정 역시 멋지지만,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그 결정은 Angeal이 그에게 했던 것과 같은 결정을 그대로 Cloud에게 이어주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Angeal 역시 자신을 희생하여 Jack을 살렸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인생이란 어차피 지극히 주관적인 것. 그 자신이 죽어버려선 그가 소중히 여기던 모든 것들도 끝이다. 그렇기에 그 모든 걸 포기하고서라도 Cloud를 살렸던 그의 결정은 숭고하지만 어리석다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인생에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게 있는 법. 때론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Jack을 어리석다고 평가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Jack에게 그렇게도 감정이입 했는 지도 모르겠다.

나와 너무나도 닮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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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Genesis, Angeal, Jack, Sephiroth,  Tseng, Cloud>

처음의 Jack의 모습은 천상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최후는 그 누구보다 더 성숙한 한 남자였다.

'Embrace your dream. And, whatever happens, protect your soldier's honor.'

Angeal의 유지를 Jack 이 나름의 해석을 거쳐 만들어낸 말이다. 나는 이 말을 게임을 클리어한 지 꽤 지난 지금에 와서도 잊을 수 없다.  Soldier가 아니더라도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가져라. 그리고, 어떤 상황이 와도 너의 명예를 지켜라.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던 주인공 Jack이 내게 남긴 이 말은 내 가슴 한 켠에 살아 숨쉬고 있다.

[출처] 파이널 판타지 7, 크라이시스 코어 스토리 리뷰|작성자 결점